1. 회계감사와 정부정책의 연결고리
회계감사는 기업만의 일이 아니다. 정부 또한 막대한 예산을 집행하고 수많은 공공기관을 운영하기 때문에,
그 재정 활동은 국민경제 전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공공부문에서도 회계의 투명성과 감사의 독립성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그러나 정부 회계는 단순히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기술적 과정이 아니라, 정책적 선택의 결과다.
예산 편성, 집행, 결산 과정에서 회계처리는 정부 정책의 의도를 반영하며,
이는 때로 경제 현실보다 정치적 목표를 우선시하게 만든다.
예컨대 경기부양을 위해 대규모 공공사업을 추진할 때,
정부는 회계적으로 그 효과를 높게 평가하도록 설계할 수 있다.
이처럼 회계와 정책은 상호 독립적이지 않다.
회계는 정책의 결과를 보여주지만, 동시에 정책의 정당성을 만들어내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그 결과, 공공회계의 신뢰성은 곧 정부의 신뢰성과 직결된다.

2. 정부정책이 감사의 독립성을 흔드는 구조
공공기관의 회계감사는 원칙적으로 독립성을 보장받아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정부 정책과 감사가 충돌하는 순간,
감사기관의 독립성은 쉽게 흔들린다.
감사원이 행정부 소속으로 운영되는 구조적 한계,
지자체 감사가 중앙정부 예산에 종속되는 제도적 현실이 그 예다.
이런 구조에서는 정부 정책에 불리한 결과가 드러나도
감사 보고서가 축소·지연되거나, 표현이 완화되는 일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대형 국책사업의 예산 집행이 비효율적이었다는 감사 결과가
정치적 부담으로 인해 “절차상 미비” 정도로 표현되는 경우가 그렇다.
또한 공공기관 임원 인사에 정치적 코드가 작용하면서,
감사 대상과 감사인의 관계가 상하 종속적으로 변질되기도 한다.
이때 회계감사는 공공의 감시 도구가 아니라 권력의 합리화를 위한 장치로 전락한다.
감사인의 독립성이 훼손되면 회계의 객관성도 함께 무너진다.
그 결과, 국민은 정부 재정의 진짜 상태를 제대로 알 수 없게 된다.
3. 공공회계의 사각지대
한국의 공공회계는 중앙정부, 지방정부, 공기업, 준정부기관 등
여러 형태로 분화되어 있다.
이 가운데 일부 영역은 회계감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대표적으로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의 회계처리는
민간기업 회계기준과 유사한 시스템을 적용하지만,
정치적 통제 아래 놓여 있어 진정한 독립감사가 어렵다.
예를 들어, 공공기관이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 비경제적 사업을 추진할 때
그 손실은 회계상 ‘정책비용’으로 처리되어 실질 손익에서 제외된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의 회계는 중앙정부의 통계 목적으로 단순 집계되는 경우가 많아
정확한 재무상태를 판단하기 어렵다.
국가회계법에 따라 발생주의 복식부기가 도입되었지만,
실무에서는 여전히 현금주의 예산 중심의 사고가 강하다.
이로 인해 자산·부채의 누적 효과가 투명하게 드러나지 않고,
국민은 정부의 장기 재정 위험을 체감하기 어렵다.
이것이 바로 공공회계의 가장 큰 사각지대다 —
“회계는 존재하지만, 진실은 드러나지 않는 영역.”
4. 공공회계 개혁의 방향
공공회계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감사와 정책의 분리가 필요하다.
첫째, 회계감사기관의 법적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
감사원이 행정부로부터 재정적으로 독립하지 못하는 한,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둘째, 공공부문 회계정보를 국민이 쉽게 열람할 수 있는
디지털 회계공시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데이터가 공개될수록 정치적 조작의 여지는 줄어든다.
셋째, 시민감시와 회계전문가 집단의 참여를 제도화해야 한다.
민간 전문가가 공공감사에 참여하면,
감사 품질이 높아지고 정부의 자의적 판단이 견제된다.
넷째, AI 기반의 공공회계 분석 시스템을 도입해
비정상적 패턴이나 예산 낭비를 자동 탐지하는 체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
그러나 아무리 정교한 시스템이 도입되어도,
결국 회계의 신뢰를 보장하는 것은 인간의 윤리와 용기다.
정부정책과 감사가 진정으로 분리될 때,
회계는 권력의 도구가 아니라 국민의 진실을 지키는 언어가 될 수 있다.
'회계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 AI 회계 시스템이 인간 회계사를 대체할 수 없는 이유 (0) | 2025.11.04 |
|---|---|
| 블록체인 회계의 원리 — 분산원장과 투명성의 재정의 (0) | 2025.11.03 |
| 회계기준 제정 과정의 비하인드 — IASB의 결정구조 분석 (0) | 2025.11.03 |
| 감정노동의 원가화 가능성 — ‘보이지 않는 비용’을 측정할 수 있을까? (0) | 2025.11.03 |
| 각국이 IFRS를 받아들이는 속도가 다른 이유 (0) | 2025.11.03 |
| 회계기준이 정치적일 수 있는 이유 — 로비와 이익집단의 영향 (0) | 2025.11.03 |
| IFRS 도입 전후, 한국 회계 기준의 숨은 이야기 (0) | 2025.11.03 |
| 인공지능 시대, 회계 판단은 여전히 인간의 몫인가? (0) | 2025.1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