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AI의 등장과 회계의 자동화
인공지능(AI)의 발전은 회계의 영역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과거 사람이 수작업으로 처리하던 장부기록, 세무신고, 원가분석은 이제 AI 기반 시스템이 자동으로 수행한다. ERP와 클라우드 회계 플랫폼은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하고, 오류를 최소화한다. 인공지능 회계 시스템은 패턴 인식과 예측 모델을 통해 매출 추세를 분석하고, 이상 거래를 탐지하며, 내부통제 리스크까지 진단한다. 겉으로 보기엔 회계판단의 상당 부분이 이미 기계로 대체된 듯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회계가 단순 계산의 기술이 아니라 경제적 의미를 해석하는 행위라는 점이다. 수익을 언제 인식할지, 자산의 가치를 얼마로 평가할지, 부채를 어느 정도로 반영할지 등은 모두 회계정책적 판단을 요구한다. AI는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지만, 그 의미를 판단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즉, AI가 회계의 ‘손’을 대신할 수는 있어도, 회계의 ‘머리’와 ‘양심’까지는 대신할 수 없다.

2. 기계의 판단 한계
AI의 가장 큰 한계는 맥락(context) 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회계정보는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특정 기업의 산업 구조, 시장 환경, 법적 제약, 경영자의 의도 등 복합적인 요소 속에서 해석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어떤 회사가 연구개발비를 자산으로 인식할지 비용으로 처리할지는 기술의 상용화 가능성, 산업 경쟁력, 기업 전략 등 다차원적 판단이 필요하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이러한 의도적 맥락과 윤리적 고려를 완전히 해석하지 못한다. 또한 AI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결정을 내리지만, 그 데이터 자체가 과거 인간의 판단으로 축적된 것이다. 과거의 편향이 포함된 데이터를 학습한 AI는 그 편향을 되풀이할 위험이 있다.
AI는 “올바른 숫자”를 제시할 수 있지만, “옳은 판단”을 내리지는 못한다. 회계판단은 단순히 정확성의 문제가 아니라 윤리적 책임과 사회적 신뢰의 문제다. 따라서 기계는 인간의 결정을 보조할 수 있을 뿐, 대체할 수는 없다. 회계는 법과 규정으로 움직이지만, 그 바탕에는 인간의 가치판단이 있다.
3. 인간의 회계판단이 갖는 가치
AI 시대에도 회계전문가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는, 회계가 규칙의 적용이 아닌 판단의 예술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재무제표를 작성할 때 전문가들은 단순히 기준서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상황의 맥락에 따라 최적의 해석을 선택한다. 예를 들어, 동일한 거래라도 산업의 특성이나 경영 전략에 따라 회계처리가 달라질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정답’이 아니라 ‘타당한 설명’이다. 회계전문가는 데이터를 읽는 눈뿐 아니라, 숫자 뒤의 인간적 이야기와 위험을 읽는 통찰을 갖는다.
또한 회계전문가는 신뢰의 수호자다. AI가 아무리 정교해도, 윤리적 판단을 대신하지는 못한다. 감사인은 “적정”이라는 단어 하나로 사회적 신뢰를 지탱한다. 이는 기술적 검증이 아닌 도덕적 신중함의 결과다.
결국 회계판단의 가치는 기계가 아닌 인간의 경험, 직관, 그리고 양심에서 나온다. 기술은 속도를 높이지만, 신뢰를 만들지는 못한다.
4. 인간과 AI의 공존을 향한 회계의 미래
미래의 회계는 인간과 AI의 협력 구조, 즉 하이브리드 회계(hybrid accounting) 형태로 발전할 것이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하고 이상 거래를 탐지하는 데 강점을 가지며, 인간은 윤리적 판단과 의사결정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AI가 예측한 부실 가능성에 대해, 회계전문가는 그 배경과 전략적 함의를 해석해 경영진에 조언할 수 있다.
또한 윤리적 AI의 개발이 중요해지고 있다. 회계 알고리즘이 특정 결과를 도출할 때, 그 판단의 근거와 한계를 명시하는 설명가능성(explainability) 이 필수적이다. 인간이 AI의 결정을 이해하고 통제할 수 있을 때, 회계정보의 신뢰성이 유지된다.
미래 회계의 핵심은 “AI가 인간을 대체하지 못하게 막는 것”이 아니라, “AI가 인간의 판단을 더욱 정확하게 보완하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AI가 계산의 정확성을 보장하고, 인간이 윤리적 기준과 사회적 신뢰를 담당할 때 비로소 회계는 완전해진다. 회계판단의 마지막 결정권은 언제나 인간에게 있어야 한다. 그것이 회계가 기술이 아닌 신뢰의 학문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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