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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학

회계는 과학인가 예술인가 — 100년을 이어온 회계의 정체성 논쟁

1. 논쟁의 시작 

회계가 탄생한 이래 학계와 실무 현장에서는 늘 같은 질문이 반복되어 왔다.
“회계는 과학인가, 아니면 예술인가?”
이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회계의 존재 이유와 방향성을 결정짓는 근본적 문제다.
회계를 과학으로 본다면 그것은 객관적 사실을 측정하고 검증하는 도구이며,
회계를 예술로 본다면 그것은 인간의 판단과 해석을 담은 표현의 과정이다.
19세기 말 복식부기가 산업혁명과 함께 발전하면서 회계는 점점 과학의 영역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정확한 수치와 일관된 규칙, 실증적 검증이 강조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세기 중반 이후, 학자들은 회계의 판단적 요소와 가정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예를 들어, 자산의 가치평가나 수익 인식의 시점은 단순한 계산이 아니라 해석과 선택의 결과다.
이때부터 회계는 과학적 분석과 예술적 표현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학문으로 자리 잡았다.
즉, 회계는 진실을 기록하려 하지만, 그 진실을 어떻게 표현할지는 인간의 손끝에 달려 있다.

 

회계는 과학인가 예술인가 — 100년을 이어온 회계의 정체성 논쟁

 

2. 회계를 과학으로 보는 시각 

회계를 과학으로 보는 입장은 객관적 정보 제공 기능을 강조한다.
기업의 재무제표는 수학적 공식과 표준화된 기준에 따라 작성되며,
다른 사람이 같은 데이터를 사용해 동일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재현 가능성(reproducibility) 을 갖는다.
이는 과학의 핵심 속성과 일치한다.
예를 들어, 복식부기 시스템은 물리학의 법칙처럼 언제나 “차변 = 대변”이라는 균형을 유지한다.
또한 국제회계기준(IFRS)이나 일반기업회계기준(K-GAAP)은 실증적 연구와 경험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회계정보의 신뢰성, 관련성, 표현충실성 등은 모두 측정 가능성과 검증 가능성이라는 과학적 속성을 전제로 한다.
이 관점에서 회계사는 실험실의 과학자와 같다.
그들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며, 결과를 표준화된 형태로 보고한다.
따라서 회계는 기업 활동을 객관적으로 측정하고 설명하는 사회과학(social science) 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현실의 기업 환경이 과학의 실험실처럼 통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경제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인간의 감정과 판단이 변수로 작용한다.
그래서 회계는 과학의 옷을 입었지만, 완전한 과학은 되지 못한다.

 

3. 회계를 예술로 보는 시각

반대로 회계를 예술로 보는 시각은 회계가 단순히 사실을 복제하는 행위가 아니라
현실을 해석하고 표현하는 창조적 과정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예술가가 같은 풍경을 각자의 시선으로 그리듯, 회계사 역시 같은 사건을 서로 다르게 기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산의 감가상각 기간, 충당부채의 설정, 수익 인식의 시점은 모두 ‘정답’이 아닌 ‘판단’의 영역이다.
즉, 회계는 ‘정확성’보다 ‘설득력’을 추구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경영자의 의도나 기업의 철학이 숫자에 반영되기도 한다.
예술이 감정과 의도를 담듯, 회계도 기업의 스토리를 담는다.
또한 표현 형식 자체가 예술적이다.
재무제표는 단순한 숫자표가 아니라, 기업의 삶을 시각화한 서사 구조다.
손익계산서는 기업의 드라마를, 현금흐름표는 그 리듬을, 재무상태표는 그 무대를 보여준다.
이러한 관점에서 회계는 과학의 정확성과 예술의 감성을 결합한 ‘해석의 언어’다.
따라서 회계는 예술처럼 해석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으며,
숫자 뒤에 숨은 인간의 의도와 철학을 읽어야 비로소 완성된다.

 

4. 과학과 예술의 융합 

오늘날의 회계는 과학과 예술의 융합적 학문으로 진화하고 있다.
AI 회계시스템과 자동화 기술은 과학의 정밀함을 대표하고,
윤리적 판단과 공정한 해석은 예술의 감성을 대변한다.
현대 회계사는 숫자를 다루는 기술자이자, 기업의 이야기를 해석하는 작가다.
과학의 엄밀함이 없으면 신뢰를 잃고, 예술의 통찰이 없으면 의미를 잃는다.
따라서 진정한 회계란, 데이터와 인간성의 조화 속에서 완성된다.
윤리(Ethics)는 이 두 영역을 연결하는 다리다.
윤리가 없는 과학은 위험하고, 감정이 없는 예술은 공허하다.
회계도 마찬가지다.
정확성과 인간성을 함께 담을 때만 회계정보는 사회적 신뢰를 얻는다.
미래의 회계는 더 이상 과학과 예술 중 하나를 선택하는 논쟁이 아니라,
양자를 통합하여 새로운 형태의 지식체계로 발전하는 과정이다.
AI가 데이터를 분석하고, 인간이 그 결과를 해석하는 시대에
회계는 “정확한 예술”이자 “감성적인 과학”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