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회계학

회계 정보의 ‘진실성’이란 무엇인가? — 표현 충실성의 개념 탐구

1. 진실은 숫자에 존재하는가 

회계정보의 목적은 단순히 숫자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실체를 진실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회계에서 말하는 ‘진실성(faithful representation)’은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는 능력을 뜻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기업의 활동은 복잡하고, 불확실하며, 인간의 판단이 개입된다. 따라서 회계정보는 완전한 진실을 담기보다, 진실에 가장 가깝게 접근하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국제회계기준(IFRS)에서도 ‘진실한 표현’을 회계정보의 핵심 질적 특성 중 하나로 규정한다. 즉, 회계정보는 이해관계자가 경제적 결정을 내릴 때 왜곡 없이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그러나 회계가 표현하는 숫자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해석의 결과물이다. 자산의 공정가치, 부채의 측정, 매출의 인식 시점 등은 모두 판단의 영역이다. 진실성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해석된 사실’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능력이다.

 

 

회계 정보의 ‘진실성’이란 무엇인가? — 표현 충실성의 개념 탐구

2. 표현충실성의 세 가지 기준 

표현충실성(faithful representation)은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완전성(completeness), 중립성(neutrality), 오류 없음(freedom from error) 이다.
첫째, 완전성은 필요한 모든 정보를 포함해야 함을 의미한다. 특정 사실을 선택적으로 공개하면 정보의 균형이 깨진다. 예를 들어 매출총이익만 강조하고 판매비와관리비를 생략한다면 기업의 진짜 수익성을 알 수 없다.
둘째, 중립성은 회계정보가 어떤 이해관계자에게도 편향되지 않아야 함을 뜻한다. 경영자의 이익을 위해 낙관적 가정을 사용하거나, 세금 감면을 위해 손실을 과대 계상하는 행위는 중립성을 훼손한다.
셋째, 오류 없음은 단순히 계산 실수를 의미하지 않는다. 측정 과정의 논리적 오류나 잘못된 가정 또한 오류에 포함된다. 예를 들어 자산의 공정가치를 결정할 때 비현실적인 할인율을 적용한다면 그것도 오류다.
이 세 가지가 조화를 이루어야 회계정보는 진실하게 표현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의 회계환경에서 이 기준을 완벽히 충족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표현충실성은 절대적 기준이 아니라, 최대한의 합리적 접근을 의미하는 상대적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

 

3. 표현과 해석 사이의 간극 

회계정보의 진실성은 단지 작성자의 문제만이 아니다. 그것을 해석하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같은 재무제표라도 투자자는 성장 가능성을, 채권자는 안정성을, 정부는 과세 기반을 본다. 즉, 회계정보의 표현이 아무리 충실하더라도 이용자의 판단 오류가 개입되면 진실은 왜곡된다. 또한 회계정보는 항상 일정한 불확실성을 내포한다. 미래 현금흐름의 추정, 감가상각 방법의 선택, 충당부채의 설정 등은 모두 불확실한 판단 위에 세워진 수치다. 이런 점에서 표현충실성은 단순히 “사실을 정확히 기록하는 능력”이 아니라, 불확실한 현실을 얼마나 투명하게 드러내는가의 문제다. IFRS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공시(disclosure)를 강조한다. 기업이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 그 판단이 재무제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명시하도록 요구하는 이유다. 회계의 진실성은 ‘숫자의 정확도’보다 ‘판단의 투명성’에 가깝다.

 

4. 윤리와 신뢰가 만드는 회계의 진실 

결국 회계정보의 진실성은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윤리적 문제다. 아무리 정교한 기준이 있어도, 그것을 적용하는 사람이 정직하지 않다면 진실한 표현은 불가능하다. 기업의 경영자가 이익을 조정하거나 분식회계를 시도하는 순간, 표현충실성은 무너지고 사회적 신뢰가 붕괴된다. 회계윤리(Ethics in Accounting)는 단순한 직업윤리가 아니라, 경제 전체의 신뢰를 지탱하는 사회적 기반이다. 신뢰가 없는 회계는 존재할 수 없으며, 신뢰를 잃은 시장은 붕괴된다.
최근 주목받는 ESG 회계 역시 ‘투명성과 책임성’이라는 진실성의 확장된 형태로 볼 수 있다. 회계가 재무성과뿐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까지 진실하게 표현해야 한다는 요구다.
회계정보의 진실성은 숫자의 정밀도보다 정보의 진정성(authenticity) 에 있다. 즉, 기업이 숨김없이 사실을 전달하려는 태도, 회계사가 원칙을 지키려는 의지, 그리고 사회가 이를 감시하는 구조가 함께 작동할 때 진실한 회계가 가능하다. 진실은 숫자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숫자를 다루는 인간의 마음 속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