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블록체인과 회계의 만남
회계의 역사는 신뢰를 기록하는 기술의 역사다.
복식부기가 상거래의 신뢰를 가능하게 했다면, 21세기의 회계는 블록체인(Blockchain) 을 통해
‘신뢰의 구조’를 다시 설계하고 있다.
블록체인은 단일 중앙 서버가 아닌 다수의 참여자가 거래 내역을 공유하고 검증하는 분산원장(distributed ledger) 기술이다.
이 기술은 거래가 발생하면 즉시 암호화되어 블록 단위로 저장되고,
이 블록은 시간 순서에 따라 체인처럼 연결되어 변경이 불가능하다.
즉, 누군가가 데이터를 조작하려면 네트워크 참여자 전체의 기록을 동시에 변경해야 하므로,
사실상 위조가 불가능하다.
이러한 구조는 회계의 핵심 가치인 기록의 신뢰성과 검증 가능성을 기술적으로 보장한다.
그동안 회계정보의 진실성은 감사인의 확인을 통해 확보되었지만,
블록체인 회계는 그 검증 과정 자체를 시스템에 내장한다.
결국 블록체인은 “감사 없는 신뢰”라는 새로운 회계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2. 분산원장이 바꾸는 회계의 구조
전통적인 회계 시스템은 거래가 발생하면 기업 내부 장부에 기록되고,
이후 외부 감사와 보고를 통해 신뢰성을 확보했다.
그러나 블록체인 기반 회계에서는 모든 거래가 실시간으로 분산 네트워크에 기록되고 검증된다.
예를 들어, 공급망(supply chain)에서 물품이 이동할 때마다 거래 정보가 자동으로 블록에 저장되고,
참여 기업 모두가 동일한 장부를 공유한다.
이러한 시스템에서는 거래의 승인, 결제, 회계처리가 동시에 이루어지므로
‘이중 기록(double entry)’이 아닌 ‘삼중 기록(triple entry)’ 회계로 진화한다.
즉, 매수자와 매도자의 장부 외에 블록체인이라는 제3의 공공장부가 존재하는 것이다.
이는 회계감사, 내부통제, 보고 절차를 자동화함으로써
회계정보의 신속성과 정확성을 획기적으로 높인다.
또한 스마트계약(smart contract)을 이용하면 특정 조건이 충족될 때
자동으로 회계처리나 결제가 실행되므로,
회계는 더 이상 ‘사후 기록’이 아니라 ‘실시간 검증의 프로세스’ 로 바뀐다.
이 변화는 기업회계뿐 아니라 정부의 재정회계, 공공기금 관리에도
투명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제공한다.
3. 투명성의 재정의
블록체인 회계가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투명성(transparency)’의 개념 재정의다.
기존의 투명성은 사후공시(post-reporting)에 의존했다.
회계정보는 정기 보고서를 통해 일정 시점 이후에 공개되었고,
그 사이의 정보 비대칭으로 인해 부정과 분식이 발생할 여지가 있었다.
반면 블록체인 회계에서는 거래가 발생하는 즉시
모든 참여자가 동일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즉, 투명성이 ‘결과의 공개’에서 ‘과정의 공유’로 이동한다.
이는 감사의 개념도 근본적으로 바꾼다.
기존 감사가 “과거 거래를 검증”하는 행위였다면,
블록체인 감사는 “현재 진행 중인 거래를 감시”하는 행위가 된다.
이러한 실시간 감시 체계는 회계부정의 사전 예방 기능을 강화하고,
감사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인다.
그러나 완전한 공개는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모든 정보가 투명하게 기록되면 개인정보 보호와 영업기밀 노출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블록체인 회계의 투명성은 ‘무제한 공개’가 아니라
신뢰 가능한 수준의 선택적 투명성(selective transparency) 으로 재정의되어야 한다.
4. 블록체인 회계의 미래와 과제
블록체인 회계는 회계의 기술적 신뢰를 완성하지만,
그렇다고 인간의 판단과 윤리를 대체할 수는 없다.
거래의 ‘사실’을 검증할 수는 있어도, 그 사실이 ‘정당한가’를 판단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예를 들어, 불법적인 자금 거래나 비윤리적 계약도 기술적으로는 완벽히 기록될 수 있다.
따라서 블록체인 회계의 발전은 기술적 투명성 + 윤리적 판단이라는 두 축이 병행되어야 한다.
또한 글로벌 기업 간 거래에서 사용되는 블록체인 회계시스템이 서로 다른 기술 표준을 사용하면,
정보 호환성 문제가 발생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IFRS, IASB, ISO 등 국제기구들은
“디지털 회계표준(Digital Accounting Standards)” 제정 논의를 시작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블록체인이 완전한 분산 구조를 갖추기 위해서는
정부·회계법인·기업 간의 신뢰 협력 모델이 필요하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신뢰의 마지막 주체는 사람이다.
블록체인 회계의 시대에도 인간은 여전히 윤리와 책임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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