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동화의 물결, 감사의 새로운 시대
최근 몇 년간 회계감사 분야는 급속한 기술적 변화를 맞이했다.
과거 감사인은 표본을 추출해 문서를 검증했지만,
이제는 인공지능(AI)과 로보틱 프로세스 자동화(RPA)를 이용해
전수(全數)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상거래를 탐지할 수 있게 되었다.
클라우드 기반 ERP 시스템, 빅데이터, 머신러닝 알고리즘이 결합하면서
감사인은 수천만 건의 거래를 실시간으로 스크리닝할 수 있다.
또한 자연어처리(NLP) 기술은 계약서, 영수증, 공시자료 같은
비정형 데이터를 자동으로 판독해 리스크 요인을 분류한다.
이러한 기술은 감사의 효율성을 비약적으로 향상시켰다.
시간과 비용이 줄고, 인간이 놓치던 오류나 이상 패턴까지 잡아낸다.
이제 회계감사는 데이터 기반의 과학적 검증(proof by data) 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적 진보의 그늘에는 새로운 문제도 숨어 있다.
AI가 판단하는 기준은 알고리즘 설계자의 선택에 달려 있으며,
감사의 목적이 ‘효율성’으로만 귀결될 때,
윤리와 책임의 주체가 사라지는 위험이 생긴다.

2. 자동화 감사의 구조적 장점과 맹점
AI 감사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은 방대한 데이터 처리 능력이다.
전통적 감사에서는 표본검사(sample test)만 가능했지만,
AI는 모든 거래를 분석해 이상치(outlier)나 부정행위를 찾아낸다.
딥러닝 모델은 과거 부정 사례를 학습해
유사 패턴을 자동 감지하며, 회계감사의 정확도를 높인다.
하지만 이 ‘정확성’은 종종 판단의 불투명성(opacity) 을 동반한다.
AI가 어떤 근거로 특정 거래를 ‘이상’으로 분류했는지
감사인조차 완전히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이 바로 ‘설명가능성(explainability)’의 문제다.
만약 AI가 잘못된 데이터를 학습하거나 편향된 기준으로 설계되었다면,
감사의 결과도 왜곡될 수 있다.
게다가 대부분의 자동화 감사 솔루션은 민간 회계법인 또는 소프트웨어 기업이 개발한 것이다.
따라서 알고리즘의 기준이 공개되지 않으면,
감사결과의 신뢰성은 또 다른 ‘블랙박스’ 속에 갇히게 된다.
AI는 계산을 잘하지만, 판단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
결국 책임은 인간 감사인에게 돌아오지만,
그 판단의 근거는 기계가 만든 결과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감사의 투명성은 오히려 더 복잡해지고 있다.
3. 윤리적 한계와 책임의 문제
회계감사 자동화의 가장 큰 윤리적 과제는 책임의 주체 불분명성이다.
감사 결과에 오류가 발생했을 때,
그 책임이 감사인에게 있는가, 아니면 AI 시스템에 있는가?
현재로서는 명확한 기준이 없다.
AI가 의사결정의 보조도구로 활용된다면 책임은 인간에게 있지만,
AI가 실질적으로 판단을 대신한다면 책임 경계가 모호해진다.
또한 AI 감사의 학습 데이터가 과거의 회계관행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이미 존재하던 편향(bias) 과 오류가 그대로 재생산될 위험이 있다.
예컨대 특정 산업군이나 회계처리 방식이 과거 데이터에서 ‘비정상’으로 분류되면,
AI는 그 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못한 채 부정 신호로 오판할 수 있다.
이처럼 AI의 판단은 객관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과거 인간의 주관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또한 감사 자동화는 인간 감사인의 직업윤리에도 새로운 도전을 던진다.
AI가 대체하는 영역이 늘어날수록,
감사인은 ‘기술 관리자’로 전락할 위험이 있고,
이는 감사직의 본질적 가치 — 독립적 판단과 윤리적 용기 — 를 약화시킬 수 있다.
4. 인간과 AI의 협업이 만들어야 할 감사의 미래
감사 자동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이 감사의 목적을 대체해서는 안 된다.
AI는 도구(tool) 여야지, 판단자(decision maker) 가 되어서는 안 된다.
앞으로의 감사는 인간과 AI가 협력하는 하이브리드 감사(Hybrid Audit) 형태로 발전해야 한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신속하게 처리하고,
인간 감사인은 그 결과의 의미를 해석하고 윤리적 방향을 제시한다.
이를 위해 AI 감사시스템의 설명가능성(Explainable AI) 과
감사 알고리즘 투명성(Algorithm Transparency) 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또한 감사인 교육 과정에 AI 윤리(AI Ethics) 와 데이터 판단 능력을 포함시켜야 한다.
감사인은 단순히 기술을 사용하는 전문가가 아니라,
그 기술이 사회적 신뢰를 훼손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윤리적 감독자여야 한다.
미래의 회계감사는 기술적 완벽함보다 책임의 투명함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AI가 오류를 줄이는 시대일수록,
인간은 진실을 지키는 역할을 더 강하게 수행해야 한다.
기술이 데이터를 지배할 때, 윤리는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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