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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학

사회적 책임회계(Social Accounting)의 부상

1. 회계의 경계가 확장되다 

회계는 오랫동안 ‘재무정보(financial information)’만을 다루는 영역이었다.
기업의 수익, 비용, 자산, 부채를 기록하고,
그 결과로 이익을 산출하는 것이 전통적 회계의 역할이었다.
하지만 21세기에 들어 기업의 역할은 단순한 이익 창출을 넘어,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 을 수행하는 존재로 변모했다.
환경오염, 인권, 지역사회 공헌, 지배구조 투명성 등
비재무적 가치가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등장한 것이 사회적 책임회계(Social Accounting) 다.
이는 기업의 재무제표에 나타나지 않는 사회적·환경적 영향을
정량적 혹은 정성적으로 측정하여 보고하는 시스템이다.
기업이 얼마를 벌었는가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얼마나 사회를 이롭게 혹은 해롭게 했는가를 평가하는 회계다.
이제 회계는 숫자를 넘어서,
기업의 존재 이유를 사회적 언어로 번역하는 시대에 들어섰다.

사회적 책임회계(Social Accounting)의 부상

2. 사회적 책임회계의 개념과 원리 

사회적 책임회계의 핵심은 이해관계자 중심의 가치측정(stakeholder-oriented measurement) 이다.
전통적 회계가 주주(shareholder)의 이익을 중심으로 했다면,
사회적 책임회계는 종업원, 고객, 지역사회, 환경까지
기업의 모든 이해관계자를 고려한다.
이 개념은 1990년대 후반 존 엘킹턴(John Elkington)이 제시한
삼중성과(Triple Bottom Line) 개념에서 비롯되었다.
즉, 기업의 성과를 ‘이익(Profit)’, ‘사람(People)’, ‘지구(Planet)’의 세 축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사회적 책임회계는 이 세 영역을 통합적으로 측정해
기업이 단순히 돈을 얼마나 벌었는지가 아니라
그 돈이 어떤 가치를 창출했는지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한 기업이 1억 원의 수익을 얻었더라도
그 과정에서 환경오염 정화에 5천만 원을 쓰고,
지역 일자리 100개를 창출했다면,
그 기업의 사회적 순가치는 단순한 재무성과를 초월한다.
사회적 책임회계는 이러한 가치를 수치화된 사회 보고서(Social Report) 로 표현하며,
회계의 언어를 윤리와 지속가능성의 언어로 확장한다.

 

3. 실무에서의 변화 

현재 전 세계 주요 기업들은 사회적 책임회계를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공시의 핵심 수단으로 채택하고 있다.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는 IFRS 재단 산하에 설치되어,
비재무정보를 표준화하기 위한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S1, S2) 을 제정했다.
이는 사회적 책임회계가 단순한 자율 보고를 넘어
국제 회계 프레임워크로 제도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국도 2025년부터 단계적으로 ESG 공시 의무화를 추진 중이며,
회계법인들은 사회적 가치 측정과 검증을 위한 비재무감사(non-financial assurance)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회계사는 단순한 숫자 전문가가 아니라,
데이터 분석·환경지표 해석·윤리적 리스크 평가를 담당하는
사회적 가치평가자(social value evaluator) 로 역할이 확장되고 있다.
기업 또한 재무제표와 함께 ‘지속가능경영보고서(Sustainability Report)’를 발간하며,
사회적 회계의 투명성을 높이고 있다.
즉, 사회적 책임회계는 더 이상 이상적 개념이 아니라
현대 기업경영의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4. 회계의 철학적 전환

사회적 책임회계의 등장은 회계의 철학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회계는 더 이상 과거의 성과를 기록하는 기술이 아니라,
미래의 책임을 예측하는 윤리적 도구(Ethical Instrument) 로 변했다.
기업의 수익성만이 아니라,
그 수익이 만들어지는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회계의 주요 평가 기준이 되었다.
이제 재무정보는 사회적 맥락 속에서 읽혀야 한다.
예를 들어, 같은 100억 원의 영업이익이라도
한 기업은 친환경 기술로, 다른 기업은 환경파괴로 얻었다면
그 회계적 의미는 전혀 다르다.
회계의 본질은 ‘사실(fact)’이 아니라 ‘가치(value)’를 전달하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적 책임회계는
회계를 단순한 숫자 언어에서 도덕적 서사(narrative of ethics) 로 진화시킨다.
회계사가 진실만을 기록하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진실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감시하고,
그 결과가 사회적 선을 향하도록 설계하는 역할이 요구된다.
윤리 없는 회계는 정확할 수 있지만, 신뢰받을 수 없다.
사회적 책임회계는 바로 그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회계의 ‘도덕적 르네상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