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보의 힘, 회계의 양면성
회계는 본래 정보의 평등성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다.
모든 투자자와 이해관계자가 동일한 정보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재무제표가 공개된다.
그러나 현실의 회계정보는 완벽히 대칭적이지 않다.
기업 내부자는 생산, 매출, 재무상태 등
미공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접근할 수 있지만,
외부 투자자는 공시 이후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된다.
이러한 정보비대칭(information asymmetry) 은
시장의 불균형과 불공정 거래를 낳는 근본 원인이다.
문제는 회계가 바로 그 정보를 생성하고 전달하는 도구라는 점이다.
즉, 회계는 신뢰의 수단이자 동시에 조작의 가능성을 품고 있다.
내부자는 회계정보를 미리 파악하거나,
심지어 공시 시점을 조정함으로써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때 회계는 ‘투명성의 도구’가 아니라,
‘전략적 침묵의 도구’가 될 위험이 있다.
결국 내부자 거래의 본질은
정보의 격차가 아니라 양심의 격차다.

2. 내부자 거래의 유혹과 현실
내부자 거래(Insider Trading)는
기업의 비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이나 채권 등을 거래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는 대부분 불법이지만, 현실의 경계는 모호하다.
예를 들어, 임원이 회사의 실적 부진을 미리 알고 주식을 매도하거나,
대규모 계약 성사를 알고 미리 매입하는 행위는 명백한 위법이다.
그러나 ‘감’이나 ‘직관’에 의한 투자와 실제 내부정보 이용의 경계는
회계적으로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
문제는 이런 행위가 단순히 개인의 탐욕이 아니라
시스템적 유혹(systemic temptation) 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기업 내부자는 누구보다 회사의 미래를 잘 알고 있으며,
그 정보의 차이가 시장에서 막대한 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안다.
이때 인간의 본성은 쉽게 흔들린다.
“이건 단순한 정보 활용일 뿐”이라는 합리화가 시작된다.
심리학적으로는 이것을 도덕적 해이(moral hazard) 라고 한다.
법적 처벌이 어렵거나, 조직 내부 감시가 느슨할수록
이 유혹은 더욱 커진다.
회계정보가 객관적일수록 오히려
그 안의 작은 ‘시차 정보’가 내부자에게는 거대한 기회가 된다.
즉, 내부자 거래는 숫자의 문제보다 인간의 본성의 문제다.
3. 법의 경계와 윤리의 공백
법은 내부자 거래를 금지하지만,
모든 부정행위를 사전에 차단할 수는 없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중요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거래만 처벌 대상으로 규정한다.
하지만 “중요성(materiality)”의 판단은 주관적이며,
회계기준서에서도 그 정의는 모호하다.
예를 들어, 특정 사업부의 손익이 전체 기업의 10%를 차지한다면
그 정보는 중요할까 아닐까?
이런 판단은 결국 사람의 해석에 의존한다.
그렇기 때문에 내부자 거래는 법이 통제할 수 없는 회색지대를 가진다.
이 회색지대에서는 법보다 윤리가 더 강력한 기준이 되어야 한다.
법은 최소한의 규제지만, 윤리는 신뢰의 토대다.
회계윤리는 “공시의 시기와 방식”을
기업의 이익이 아니라 사회적 공정성의 관점에서 결정하도록 요구한다.
회계사가 단순히 규정을 준수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는 정보를 보유한 자로서 공공의 이익(public interest) 을 우선시해야 한다.
법은 경계를 그리지만,
윤리는 그 경계를 넘지 않게 하는 내면의 울타리(inner boundary) 다.
4. 투명성의 회복과 회계의 미래 — 키워드: 정보공시, AI감시, 신뢰경제
내부자 거래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회계정보의 투명성과 실시간성(real-time transparency) 을 높여야 한다.
디지털 전환 시대의 회계는 더 이상 분기 단위 보고에 머물 수 없다.
AI 기반 공시 시스템과 블록체인 기술은
데이터의 위변조를 막고,
모든 이해관계자가 동시에 동일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만든다.
이것이 바로 신뢰경제(trust economy) 의 출발점이다.
또한, 내부통제 시스템은 단순한 감시 기능을 넘어
윤리적 판단을 지원하는 구조로 진화해야 한다.
AI가 이상 거래 패턴을 감지하고 경보를 발령하더라도,
그 정보를 어떻게 해석할지는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결국 회계의 미래는 기술이 아니라 양심의 기술화(automation of ethics) 에 달려 있다.
정보의 투명성이 높아질수록
기업은 더 이상 침묵으로 이익을 얻을 수 없고,
신뢰로 평가받는 시대가 열린다.
내부자 거래와 회계의 경계선은 결국 인간의 선택에 달려 있다.
그리고 진정한 회계사는 법의 언어를 넘어 양심의 언어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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