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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학

ESG 공시가 회계기준으로 흡수될 가능성

1. ESG 공시의 확산 

ESG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기업 생존의 필수 조건이 되었다.
기후위기, 인권침해, 지배구조 리스크는 단순한 사회적 이슈가 아니라
기업가치를 결정짓는 재무적 변수로 인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 세계 주요 상장기업들은 ESG 데이터를 정기적으로 공시하고 있으며,
투자자들은 재무제표와 함께 비재무정보(Non-Financial Information)
투자 판단의 주요 지표로 삼고 있다.
이 변화의 본질은 간단하다 —
이제 “돈을 어떻게 벌었는가”가 “얼마나 벌었는가”만큼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문제는 ESG 공시가 각국·각 기관별로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 SASB(Sustainability Accounting Standards Board),
TCFD(Task 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 등
다양한 기준이 존재해 기업과 감사인 모두 혼란을 겪고 있다.
이런 혼란을 통합하고자 2021년 IFRS 재단(IFRS Foundation)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International Sustainability Standards Board)’를 설립했다.
이는 ESG 공시가 단순한 경영 트렌드가 아니라
회계기준의 확장 단계로 진입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ESG 공시가 회계기준으로 흡수될 가능성

2. ISSB와 IFRS의 통합 움직임 

ISSB는 2023년 6월,
IFRS S1(지속가능성 관련 공시의 일반 요구사항)
IFRS S2(기후 관련 공시) 를 발표했다.
이 기준은 기존의 재무제표와 동일한 원칙 —
즉, 신뢰성, 비교가능성, 관련성을 ESG 공시에 적용한다.
이는 ESG 정보가 더 이상 ‘자율적 보고’의 영역이 아니라
회계적 규율(accounting discipline) 의 일부로 편입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IFRS S1은 “지속가능성 정보는 투자자의 경제적 의사결정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명시하며,
ESG 데이터를 재무보고 체계의 확장된 구성요소로 정의했다.
이는 단순히 별도 보고서를 작성하는 수준이 아니라,
기업의 연차보고서나 사업보고서 내에
ESG 항목을 포함하도록 요구하는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
결국 ISSB는 기존의 회계기준을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라,
ESG를 회계기준의 언어로 번역하려는 시도다.
재무회계와 지속가능성 회계의 통합은
“회계가 경제적 사실뿐 아니라 사회적 맥락을 반영해야 한다”는
철학적 전환의 신호다.

 

3.  제도적 흡수의 가능성과 한계 — 키워드: 규제통합, 신뢰성 확보, 실사 검증

ESG 공시가 완전히 회계기준으로 흡수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전제가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측정의 객관성(objectivity) 이다.
회계기준은 동일한 사건에 대해
누가 측정하더라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ESG 지표는 아직 정량화가 어렵다.
예컨대, ‘직원 만족도’, ‘공급망 인권 리스크’, ‘탄소 배출 감축 효과’ 같은 항목은
계량적 검증이 쉽지 않다.
둘째, 검증의 신뢰성(assurance reliability) 이다.
ESG 데이터는 아직 회계감사 수준의 보증체계를 갖추지 못했다.
비재무감사(non-financial assurance)가 도입되고 있지만,
표준화된 감사절차가 부재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ESG 정보는 회계정보에 비해
법적 구속력과 시장 신뢰도가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도권 흡수의 움직임은 뚜렷하다.
EU는 2024년부터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을 시행하며,
재무제표와 동일 수준의 감사·공시 의무를 ESG에 부과했다.
한국 역시 금융위원회가 2030년까지 모든 상장사에 ESG 공시 의무화를 예고했다.
즉, 제도적으로는 이미 ESG 공시가 ‘비공식 회계기준’에서 ‘준-회계기준’으로 진화 중이다.

 

4. 회계의 새로운 패러다임 — 키워드: 가치중심 회계, 통합보고, 신뢰경제

ESG가 회계기준으로 흡수된다는 것은
단순히 새로운 규정이 생긴다는 뜻이 아니다.
그것은 회계의 존재 목적(purpose of accounting) 이 변한다는 의미다.
과거 회계가 “경제적 성과의 기록”이었다면,
이제는 “사회적 가치의 관리”가 되어가고 있다.
즉, ESG는 회계를 숫자 중심에서 가치 중심으로 이동시키는
패러다임 전환의 기점이다.
통합보고(Integrated Reporting) 개념이 확산되면서
재무정보와 ESG 정보는 하나의 보고체계 안에서 연결된다.
투자자는 더 이상 ‘이익’만을 보지 않고,
그 이익이 사회·환경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 평가한다.
결국 회계는 수익성뿐 아니라 지속가능성의 언어를 다루게 될 것이다.
AI·블록체인 기반의 실시간 ESG 데이터 검증이 도입되면,
ESG 공시는 재무제표와 동일한 수준의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때 회계사는 단순한 보고 전문가가 아니라,
기업의 윤리적 설계자(Ethical Architect) 로 진화한다.
ESG의 회계기준화는 결국 기술이 아닌 신뢰의 문제이며,
그 신뢰를 만드는 힘은 숫자가 아니라 양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