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부도예측의 역사와 회계데이터의 힘
기업의 부도(Bankruptcy)는 단순한 경영 실패가 아니라,
시장 전체에 연쇄적 충격을 일으키는 사건이다.
따라서 “언제, 어떤 기업이 무너질 것인가”를 예측하는 일은
회계와 금융의 오랜 과제였다.
1968년 미국의 경제학자 에드워드 알트만(Edward Altman) 은
회계 데이터를 활용한 최초의 부도예측모형, Z-Score 모델을 제시했다.
그는 66개 기업의 재무비율을 분석하여
부도를 예측하는 다중판별분석(MDA) 방식을 고안했다.
이 모델은 운전자본비율, 이익률, 부채비율 등
다섯 가지 회계지표로 기업의 생존 가능성을 수학적으로 계산했다.
Z-Score는 반세기 동안 전 세계 기업평가의 기준으로 사용되었지만,
한계도 분명했다.
시장의 복잡성이 커지고,
산업별 회계구조가 다양해지면서
단순 비율모형으로는 부도의 패턴을 설명하기 어려워졌다.
그 결과, 최근에는 수천 개의 회계데이터를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으로 학습시켜
부도 확률을 실시간으로 예측하는 기술이 등장했다.
이제 회계는 과거를 기록하는 언어를 넘어,
미래를 예측하는 알고리즘의 언어가 되었다.

2. 데이터 기반 부도예측의 패러다임 전환
머신러닝 기반 부도예측의 핵심은
“데이터가 말하게 하라(Let the data speak)”는 철학이다.
전통적 회계분석이 몇 가지 주요 지표에 의존했다면,
AI는 수백 개의 변수 간 상호작용을 스스로 학습한다.
기업의 재무제표에는 단순한 숫자 이상이 숨어 있다.
매출의 계절적 패턴, 재고 회전율, 현금흐름의 불규칙성,
심지어 주석(Notes to financial statements)에 포함된 문장 구조까지
모두 부도 가능성을 시사하는 신호가 된다.
이를 피처 엔지니어링(Feature Engineering) 과정에서
AI 모델이 자동으로 찾아낸다.
또한 비재무정보(Non-financial Data)도 중요하다.
소송 발생 건수, 임원 교체 이력, 산업 내 평판,
ESG 리스크 등은 회계적 수치만으로 포착되지 않는 위험요인이다.
머신러닝은 이질적인 데이터를 통합하여
기업의 ‘재무적 건강도(Financial Health)’를 다차원적으로 평가한다.
예컨대, 랜덤 포레스트(Random Forest)나
그레디언트 부스팅(Gradient Boosting) 알고리즘은
변수 간 비선형 관계를 파악해
부도의 ‘전조(signal)’를 조기에 포착한다.
결국 데이터 기반 접근은
회계정보를 해석하는 인간의 직관을 확장하는 도구로 진화하고 있다.
3. 머신러닝이 가져온 예측 혁신
머신러닝 모델은 방대한 회계데이터에서
부도 패턴을 찾아내지만,
단순히 ‘정확한 예측’만이 목적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예측이 왜 그런 결과를 냈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가다.
이를 설명가능한 인공지능(Explainable AI) 이라 부른다.
예를 들어, 한 기업의 부도 확률이 85%라고 분석되었을 때,
AI는 그 근거로 “부채비율의 급상승”, “현금흐름의 불안정”,
“매출채권 회수 기간의 증가” 등을 제시할 수 있다.
이러한 해석가능성은 회계윤리의 연장선이다.
AI가 아무리 정확해도 그 논리가 불투명하다면,
투자자와 감사인은 신뢰할 수 없다.
따라서 최근 연구들은
XGBoost, LightGBM 같은 고성능 모델에
LIME, SHAP 등 해석 알고리즘을 결합하고 있다.
이로써 부도예측은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설명 가능한 회계정보(Explainable Accounting Information) 로 진화하고 있다.
또한, AI 모델은 새로운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학습하며
변화하는 산업 구조에 적응한다.
예측의 정확도는 높아지고,
재무감사와 리스크 관리의 자동화 수준은 깊어지고 있다.
머신러닝은 더 이상 ‘미래의 기술’이 아니라
회계실무의 새로운 표준(New Norm) 이다.
4. 데이터와 윤리의 경계
그러나 머신러닝 기반 회계예측은
새로운 윤리적 문제를 낳고 있다.
AI는 인간의 편향을 줄이지만,
데이터 자체가 편향되어 있다면
결과도 왜곡된다.
예를 들어, 특정 산업이나 규모의 기업 데이터가 과도하게 반영되면
소규모 기업의 부도 확률은 과대평가될 수 있다.
또한, AI가 내린 예측 결과가
금융기관의 신용평가나 투자 결정에 직접 반영된다면,
그 파급력은 한 기업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회계윤리(Accounting Ethics) 와
데이터 거버넌스(Data Governance) 가 동시에 중요해진다.
AI가 예측하는 숫자는 단순한 확률이 아니라,
현실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적 정보다.
따라서 회계사는 AI의 판단을 맹목적으로 따르기보다,
그 결과의 논리와 근거를 검증할 책임이 있다.
AI는 인간의 판단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그 판단의 투명성을 높이는 보조도구여야 한다.
결국 미래의 회계는 기술이 아니라 신뢰의 문제다.
머신러닝이 아무리 정교하더라도,
신뢰가 없다면 그 모델은 숫자의 마술에 불과하다.
진정한 부도예측의 목적은 위험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로 신뢰를 설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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