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합리적 계산의 세계, 그러나 인간은 비합리적이다
원가회계는 ‘합리성의 언어’다.
모든 경영 판단은 숫자에 근거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 계산의 주체가 인간이라는 점이다.
즉, 아무리 정확한 회계 시스템이라도
그 안의 데이터와 판단은 인간의 심리에 의해 왜곡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 원가 산정 시 관리자는 실제보다 낙관적으로 추정하는 경향이 있다.
이른바 계획 오류(Planning Fallacy) 다.
“이번엔 예산 안에 끝낼 수 있을 거야.”
이 한마디가 손실의 출발점이 된다.
또한, 회계담당자는 비용보다 수익을 더 강하게 인식하는 심리적 편향을 가진다.
이를 긍정 편향(Optimism Bias) 이라 한다.
결국 회계라는 ‘합리적 계산 체계’ 속에서도
인간의 판단이 개입되는 순간 비합리의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즉, 원가회계는 과학인 동시에 심리학의 영역이기도 하다.

2. 매몰비용과 손실회피
행동경제학은 사람들이 손실을 이익보다 두 배 이상 크게 느낀다고 설명한다.
이를 손실회피 편향(Loss Aversion) 이라 부른다.
원가회계의 세계에서도 이 심리는 강력하게 작용한다.
이미 투입된 비용을 ‘매몰비용(Sunk Cost)’으로 구분하고
의사결정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것은 회계의 기본 원칙이다.
하지만 실제로 많은 관리자들은 이미 쓴 돈에 집착한다.
예를 들어, 실패가 명확한 프로젝트라도 “여기서 그만두면 그간의 노력이 아깝다”며 계속 투자한다.
이는 회계적으로는 비합리적인 판단이지만,
심리적으로는 자연스러운 인간의 방어 기제다.
또한, 원가절감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도
사람들은 ‘감축된 비용’보다 ‘잃어버린 기회’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즉, 절감 효과보다 ‘조직 축소’의 손실을 크게 느낀다.
핵심 포인트:
“사람은 숫자가 아닌 감정으로 비용을 평가한다.”
이 문장은 원가회계와 행동경제학의 만남을 가장 단적으로 설명한다.
회계가 아무리 냉정해도, 인간은 여전히 따뜻한 감정의 존재다.
3. 기준점 효과와 예산의 함정
기업의 예산 편성 과정은 논리적이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기준점 효과(Anchoring Effect) 에 크게 의존한다.
즉, 사람들은 첫 제시된 숫자를 ‘기준(anchor)’으로 삼고
그 이후 판단을 왜곡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작년 예산이 10억이었다면
새해 예산은 “10억 ± α”의 형태로만 논의된다.
이 과정에서 실제 시장 환경의 변화나 기술 혁신에 따른 원가 구조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조직은 ‘숫자의 관성’을 반복하며
비효율적 예산을 지속한다.
또한, 관리자들은 자신이 제시한 수치를 고수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를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 이라 부른다.
즉, 기존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수용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원가 절감 기회는 무시되고,
‘현재 수준 유지’가 마치 안전한 선택처럼 착각된다.
실무 시사점:
예산회의에서 “작년 대비”라는 단어를 금지하라.
그것이 바로 기준점 효과를 깨는 첫 번째 행동이다.
4. 감정이 숫자를 움직일 때 — 키워드: 감정경제학, 조직문화, 행동회계
기업의 원가 구조는 단순히 생산비와 인건비의 합이 아니다.
그 속에는 조직의 감정 비용(Emotional Cost) 이 숨어 있다.
예를 들어, 팀 내 갈등으로 인한 의사결정 지연,
리더의 불신으로 인한 중복 보고,
성과평가 스트레스로 인한 생산성 저하 등은
회계 장부에는 잡히지 않지만 실제로는 막대한 비용이다.
행동경제학적으로 이는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로 인한 비효율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결정을 유지하려고
더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투입한다.
즉, 감정의 왜곡이 곧 비용의 왜곡이다.
앞으로의 원가회계는 단순히 숫자를 계산하는 학문이 아니라
인간의 심리와 감정까지 측정하는 시스템으로 진화해야 한다.
AI가 계산을 대신하는 시대일수록,
‘왜 그 결정을 내렸는가’에 대한 심리적 분석이
회계의 새로운 경쟁력이 될 것이다.
결론적 통찰:
“원가회계는 숫자의 학문이 아니라 인간 이해의 언어다.”
그 말은, 진정한 회계는 계산보다 성찰에 가깝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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